수직적이지 않은 지역정치·정당정치 문화.. 상부조직·같은당 단체장에 반기 들기도
다음달인 12월 1일 영구설치 결의안 심의 앞두고 찬바람 속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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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광장 소녀상 지키기 집회

25일 광장에서 ‘소녀상 지키기’ 집회중인 베를린 젠다르멘마르크트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독일은 일본, 다른 나라들과는 달랐다.

지난 10월 7일, 미테구청은 일본 측의 항의로 평화의 소녀상을 14일까지 철거하라고 코리아협의회에 명령했다.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이를 막기 위해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이었다.

이후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의 시민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알려 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이들은 일본이 쳐놓은 반일 민족주의 프레임에 빠지지 않았다.

일본은 항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반일 민족주의에서 비롯된 한일 간의 외교분쟁 사안이기에 외교적인 문제로 다룰것을 설득해왔다. 독일의원친선모임 사무총장인 키우치 미노루 일본 중의원 의원은 “소녀상의 진짜 목표는 일본에 반대하는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캠페인을 펼치는 것”이라며 “예술작품이 아니라 허위사실에 근거한 감정적 조작도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덮으려는 그간 일본의 시도를 이번 사건을 통해 조명하는 독일 언론의 노력과, 정당의 하부 지역 단위에서 상부 지역 단위의 의견을 묵살하는 정치권의 ‘아닌건 아니다’라는 모습, 시민사회의 노력 등이 합쳐진 덕분에 반일이라는 프레임 없이 ‘전쟁 시 여성 성폭력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게 되면서 베를린 도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지켜낼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네시아에 머물던 독일 여성들도 일본군의 성노예가 됐다는 사실이 독일 사회에서 처음으로 부각됐다. 일본의 로비로 시작된 움직임이 일본에게 긁어 부스럼이 된 꼴이다.

소녀상 지키기 집회

(사진 : 연합뉴스)

마테구청의 철거 명령 공문에는 소녀상의 비문을 문제삼으면서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다분히 일본 측의 논리가 투영돼 있었다.

이러한 철거 공문으로 일본의 압박과 로비는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일본은 독일의 시민사회를 과소평가 했고 결과적으로는 일본의 압박과 로비가 ‘평화의 소녀상’의 국제적이고 보편적 가치를 더욱 발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 ​일간지 타게스차이퉁은 관련 기사에서 “일본 정부가 자책골을 넣었다”면서 독일에서의 일본 위안부 피해자를 알리는 운동이 “베를린의 시민사회를 풍요롭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